회고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한 반성의 글

p829911 2021. 11. 29. 02:57

2019년 4월 부터 시작된 나의 회사생활, 2년 반이 지난 지금에서야 한발짝 물러서서 그동안에 나의 회사 생활을 돌아보고 반성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회사와 나를 분리시키기

내가 동료들에게 많이 들었던 말이다. 나는 회사에서 말이 없었다. 회사에 출근하면 모니터만 들여다 보고 있었고, 다른 사람과 잡담같은건 거의 하지 않았다. 할말이 없기도 했고.. 코드짜는게 재밌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회사에서 제일 일을 열심히 한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었다. 회사가 작다보니 맡은 일을 열심히 해서 회사가 커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모두가 같은 마음이였지만 예전엔 나만 그런줄 알았다. 일을 안하고 잡담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한심한 마음이 들었지만, ‘괜찮다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나에게 주어진 일이 생기면 그 일만 보고 달렸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서운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왜 다들 나처럼 일만하지 않지? 왜 중간에 포기하고 퇴사하지? 이 잘못된 생각에 나는 몇 달 전 까지 사로잡혀 나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었다.

회식이 열렸다. 회식의 주인공은 회사를 위해 고민도 많이하셨고, 열심히 일하셨다. 그동안 고생하신 분이 잘돼서 나가셔서 회식이 열린것이다. 다들 축하하는 분위기로 회식이 흘러갔다. 하지만 나는 축하하는 분위기가 싫었다. 왜 축하를 하지? 한명이 나가면 남겨진 우리가 더 힘들어 질텐데.. 왜 무책임하게 나가지? 라는 생각을 속으로 했으면 좋았겠지만 나는 입밖으로 이말을 내뱉었다.

그 후 술이 깬 나는 동료들에게 사과했고, 동료들이 나에게 해준 많은 말 중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회사와 나를 분리시켜라’ 였다. 맨 처음 들었을 때는 잘 와닿지 않았지만 곱씹어서 생각해보니 내가 회사생활을 잘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업무에 감정을 집어넣지 마라, 회사는 공동체다. 나만 잘해서 잘되는게 아니다. 회사가 성장하는 것보다 내가 성장하는게 중요하다.

장거리 달리기

훌륭하신 팀장님이 있었다. 개발에 대한 내공이 엄청났고 배울점이 정말 많았다. 팀장님이 방향을 제시해주면 나는 그 목표를 바라보고 미친듯이 달렸다. 작은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같이 작업하는 업무보단 거의 혼자하는 일이였고 나만 끝내면 작업이 끝났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많은 일을 (얕게) 했다. 플랫폼 팀으로 이직한 1년 동안 python, kotlin, golang을 써서 개발을 해봤으니 얼마나 얕은 지식으로 개발했는지 감이 올 것이다.. 팀장님이 나가셨다. 이제 결승선을 정해줄 사람이 없다. 결승선만 지정해 주면 나는 빠르게 잘 달릴 수 있는데.. 팀장님이 나가고서야 나는 내가 개발자로써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빨리 달리는 것보다 내가 어느 방향으로 달릴 수 있고 어떻게 잘 달릴 수 있는지 고민했었어야 했다. 일을 할 땐 스피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을 정확히 알고 하는 것이다. 어떤 기술을 사용할 때 이 기술을 빨리 적용해서 일을 끝내야 하는게 아니고 이 기술을 왜 사용해야하는지, 이 기술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기술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 기술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어떻게 사용하는게 베스트일지를 생각했었어야 했다.

나는 많은 일을 한것 같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한게 없었다. 제대로 일하자.